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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코리아 부화일지
등록일
2006.01.07 00:00
조회수
7,79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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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인 줄 알고 열심히 키웠는데, 연약하고 조그만 개나리 색깔의 병아리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떡

벌어진 어깨에 너무나 듬직한 까만 병아리가 나왔습니다. 제조사에 부랴부랴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해보니 보내준

알이 오골계의 알이었다고 하는 군요…ㅠ.ㅠ…

그 옛날 동화 미운 오리새끼에 나오는 오리엄마의 마음이 이랬을까?

조금은 황당하고 조금은 놀랍고 조금은 섭섭한 그런 마음…어쨌든 알이 깨어나길 기다리며 보낸 21일간의 여행은

참 신선하면서 고귀했던 것 같다.



㈜오토일렉스에서 만든 알콤이란 부화기는 이제는 까맣게 잊어가고 있는 옛날 추억을 되살려 준다. 초등학교

시절 방과후 교문 앞에서 거의 매일 이다시피 만나는 병아리 아저씨, 라면박스 안에다 수십 마리의 병아리를

넣어서 방과후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둔다. 그러면 감수성 많은 아이들은 박스주위를

둘러싸고 삐약거리며 울고 있는 병아리를 모면서 신기해 하고 좋아 한다. 짓굿은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또 여자 아이들은 옆에서 말리면서 불쌍하다고 눈물을 글썽인다. 어린아이의 감수성을

이용해 돈을 벌자는 장사꾼의 뻔한 수작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주머니에 꼭꼭 숨겨두었던 동전을 꺼내어

마귀대장으로부터 연약한 병아리를 구한다. 그렇게 구해낸 병아리를 천국이라도 데려갈 것 같이 집으로 모셔가지만

결국 아이의 의도와는 다르게 십중팔구는 죽음을 맞이하며 그때부터 아이는 몇 일을 우울증에 걸린 환자처럼

슬퍼한다. 필자는 집에서 닭을 키웠던 터라 돈을 주고 병아리를 싼 적은 없지만 닭장 안에서 알을 꺼내와

병아리를 만들겠다며 이불 밑에서 부화를 시도하다 깨져서 엄마에게 혼난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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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인가 부화기가 처음 등장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성능에서 큰 만족을 주지 못하였고 또 도시화되고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맞지 않다는 이유로 더 이상 부화기를 제조하는 재조업체도 거의 없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2005년 초 "소중한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이란 모토로 ㈜오토일렉스에서

한층 진화된 부화기를 들고 나왔다.


사실 아이디어코리아를 진행하면서 이 부화기를 알게 되었고 검토를 하였으나 필자 역시 지금의 네티즌에게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로 또, 부화한 후에 관리를 문제로 소개를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친구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어린이집 입구에서 D-12라고 표시된 한창 부화중인 3개의 알이 담긴

알콤을 보게 되었다.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어 보았고 친구는 어린이들이 생명의 탄생이나 기다림 등을 배울 수

있어 참 좋다고 답을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우려했던 질문을 던졌다. "보통 부화기에서 부화된 병아리는

일반인들이 관리를 하기 힘들어 죽기 쉬운데 그땐 어떻게 하냐"고 그러자 친구가 "물론 그

상황을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위로하기는 참 어렵지만 한 생명의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그 죽음으로 느끼는

감정까지도 어린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되고 오히려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아끼는 마음이 더 커진다"고

한다. 작은 부화기 하나에 뭐 그리 큰 의미를 담을 필요가 있겠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냥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아니고 비록 인간은 아닐지라도 생명을 다루는 제품이었기에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친구의 말을 듣고는 힘을 얻어

소개를 마음먹었다.


처음 제품을 받아 보니 안의 내용물을 잘 설명해 노란색 박스 안에 핑크색 본체의 부화기가 보인다. 내용물은

작은 설명서에 부화기본체와 전원어답터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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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디자인은 아니지만 알의 곡선을 형상화 하듯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전체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윗부분은

흰색과 핑크색을 사용하고 밑부분은 진한 회색을 이용하여 깨지기 쉬운 알을 안정되게 받쳐준다는 느낌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용은 너무나 간단하여 어린 아이라도 한번만 들으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SEL버튼으로 선택한

후 OK버튼을 누르면 모든 셋팅이 끝난다. 그리고 가끔 물을 부어주면 되는데 이 부분이 오히려 힘들 것 같다.

LCD창을 이용하여 부화할 조류의 모양과 내부 온도 및 디데이를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한 관리를 도와준다.

부화할 수 있는 알의 종류는 기본 적으로 닭, 오리, 꿩, 메추리 4가지가 있고 기타조류 셋팅을 통해 부화일이

1~30일 안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조류 알을 부화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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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유정란이 없어 제조사에 요청하여 알을 입수하였다. 유정란을 구할 수 있다면 사용해도 상관이 없으나

부화기에 알을 넣기 전에 소독약으로 알 표면을 소독해 주는 것이 바이러스침투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고 부화율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 다음 우측에 있는 물 주입구를 열어 물을 넣고 부화할 알을 조심해서 알 모양의 홈에

올려놓고 투시창을 닫는다. 여기까지가 일차단계이다. 물을 부을 때 내부에 들어있는 스티로폼 공이 물이 넘치는

것을 막아 주는데 아직은 세밀한 작업을 하기에 미숙한 어린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로 보이며 알을 넣은 내부가

훤히 보일 수 있게 한 투시창도 알의 부화과정을 관찰하기에 편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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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계!

SEL버튼을 이용해 부화할 알의 종류를 선택하고 OK버튼을 누르면 이단계 완료. 정말 간단하다. 하지만

이제부터 진짜 정성이 필요하다. 어린왕자가 하나뿐인 장미를 위해 매일 바람을 막아주고 물을 주듯이 하나뿐인

나만의 알을 위해 투시창을 통해 관찰하면서 2~3일에 한번씩 물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필자도 자주 외근과 출장을 가는 관계로 이 부분이 제일 힘들었던 같다. 다행히 우리 이쁜 디자이너가 잘

돌봐주어 21일간의 병아리 부화기는 잘 진행이 되었다. 부화를 시작한지 일주일쯤 지나자 부화기에서는 아직

아무런 반응이 없는데 사무실 내부에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관리를 안 하는 사람도

한번씩 투시창을 들여다 보고, 밖에서 사무실에 전화를 할 때도 항상 마지막에 "우리 새끼 잘 커고

있어?" 하면서 부화기 안의 알의 안부를 묻는다. 물을 체크하고 보충해주는 디자이너는 아예 자기가

엄마인양 부산을 떤다. 생명을 가꾼다는 것이 사람들의 딱딱한 마음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운명의 디데이, 몇 일전부터 무슨 반응이 없냐며 모두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출근하려는

필자의 휴대폰 벨이 울린다. "저기요 병아리가 깨어나려고 해요, 어머 너무너무 신기해요"하면서

디자이너가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서둘러 사무실로 달려가 보니 맨 우측에 있는 알이 먼저 깨어나

이제는 좁은 부화기 안을 뒤뚱거리며 걸어 다닌다. 혹시나 옆에 있는 알을 쪼아 버릴까 노심초사 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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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을 더 기다렸지만 나머지 두 알은 끝내 깨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거나 아직 미숙한

관리부실인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버리기가 너무 미안했다는 거다. 보통 때 같으면 라면에 넣는 계랸도

턱턱 잘 쪼개 넣었는데 직접 정성을 쏟은 알이라서 그런지 버리면서도 못내 아쉬웠던 것 같다.


일반 리뷰하고는 성격도 달랐고 기간도 훨씬 오래 걸린 리뷰였지만 도시생활에 찌들어 너무나 디지털화 되어버린

우리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런 제품을 일상에서 빈번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고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온 가족이 같이

참여해서 하거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곳에서 어린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제품이었으나 비어있는 공간을 잘 활용하여 부화기 내부의 공간을 좀 더 넓게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음악 기능을 추가하여 부화기간 동안 음악태교도 같이 할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P.S. 마지막 문제가 남아 있었다.

어떻게 키울 것인가? 사무실에서 키우자, 누가 총대를 메고 집에 가져가서 키우자 등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막 부화한 저항력이 약한 새끼를 키우기에는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결국 제조사에 보내기로 했다. 참고로

제조사에서는 키우기 힘들면 제조사로 보내면 잘 키워준다고 한다. 물론 다시 찾지는 못 한다. 솔직히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제조사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여러 택배회사로 수소문 한 끝에 한 택배회사에서 맡아 줄 수 있다고

하여 잘 포장하여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까지 마음을 조이며 도착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2시경

제조사에서 홀돌이가 건강하게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부화한 후 이틀을 집에 가져가서 돌봐준 모팀장을 엄마처럼 따르며 자기 근처에서 사라지면 삐약삐약하며 통곡을

했다는 후문도 있다...^^



Posted 2005-08-22 by ideaholic.co.kr